영화 뭐봤지?

[영화 리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 are the apple of my eyes), 2011 “계속 널 좋아하게 해줘”/구파도

아, 이런 2020. 11. 10. 23:13

 

"계속 널 좋아하게 해줘."

 

유치한 로맨스

유치한 영화다. 장면 장면이 정말 유치하다. 학급에서 수업 중에 자위하는 장면이 즐거운 노래와 함께 나오는가 하면 캐릭터 설정도 아주 유치하다.

 

그런데 마음 안에 깊이 남았다.

 

저들이 왜 나에게 아름다워 보이는지 생각했다.

오직 저 나이만이 좋아하고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저 나이는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하고 그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나이이다. 상대방에 바라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나이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재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그런 나이. 인생 가득히 그녀 혹은 그가 있는 나이.

 

션자이를 잃고 나니까 내 청춘엔 아무것도 없었다.

 

션자이는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그 유치함을 사랑한다는 걸 느꼈을 때 아호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너 만큼 나 좋아하는 애는 만나기 힘들겠어.

 

사람들이 말하지. 사랑은 알듯 말듯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 둘이 하나가 되면 많은 느낌이 사라지고 없대.
그래서 오래도록 날 좋아하게 두고 싶었어.

 

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

 

나도 그때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아.
넌 영원히 내 눈 속의 사과야.

 

어떤 사람들은 션자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오래 두고 싶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을 수 있냐고.

그러나 나는 커징턴만큼 션자이가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만큼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만큼 나도 상대방을 좋아하지만 시작이 있는 순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만큼 성숙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없는 마음은 생각보다 많이 아렸을 것 같다.

 

커징턴은 결혼식이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정말 한 여자를 좋아한다면 다른 남자와 영원히 사랑하길 빌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바뀐 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평행세계에서 영원히 하나다.

여기서 말하는 평행세계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함께라는 말로 내 마음에 와닿았다.

 

결혼식의 키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커징텅이 션자이의 남편이 될 남자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영화냐고 웃었다.

 

이 영화를 두 번째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장면에서 엉엉 울었다.

 

그건 유치함으로 표현된 사랑이었다. 풋사랑이자 첫사랑이자 평생의 사랑으로 남는 사람이었다.

마음속에 따뜻하고 아련하고 아프게 남는 순수하게 사랑했던 나에 대한 순수하게 사랑했던 너에 대한 위로와 다독임이었다.

영원히 남는 순간이었다.

 

원래 삶이란 헛된 일도 많으니까.

 

"넌 영원히 내 눈 속의 사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