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뭐봤지?

[영화 리뷰] Her 그녀, 2013 "OS를 통해 사랑을 배우다."/ Spike Jonze

아, 이런 2020. 10. 20. 22:48

 

 

"OS를 통해 사랑을 배우다."

 

테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필해주는 대필편지 작가이다. 그의 글에는 따뜻함과 사랑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따뜻한 글을 쓰는 테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이겨내지 못해 괴롭다.

 

 

그는 답장을 하지 않는다.

테오는 길을 걷다가, 전철안에서, 집에서 그에게 오는 메일을 확인하지만 답장은 하지 않는다. 

행동에서 타인과 혹은 세상과 단절된 테오의 닫힌 마음이 느껴졌다.

 

맑은 날씨, 밝은 색채

그는 밝은 주황색 옷을 입고, 분홍 벽지의 사무실에 따뜻한 노란색 불빛 아래서 일한다.

맑은 날씨가, 그의 옷이, 사무실의 따뜻함이 역설적이게도 테오를 더 외롭게 보이게 한다.

 

사만다와의 관계 전환

OS와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운영체제는 사랑을 몰랐고, 다른 기계들과 다름이 없었다. 사만다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또 원한다면 빠르게 습득할 수 있지만 "마음"은 모른다. 마음이 없다기 보다는 마음을 몰랐다.

 

그들은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었다. 일상을 공유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호감을 표현했다.

관계의 중반에 이르면 사만다는 그에게 호감, 더 나아가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만다는 질투를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며 매달리기까지 한다. (특히 육체적인 관계를 고려해 다른 여자를 대신하게 한것은 절박하게 느껴졌다.)

관계의 끝자락에서 사만다는 범 우주적인 사랑이 가능한 존재가 된다. OS는 그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도 사랑한다.

사만다의 사랑은 이제 인간의 사랑을 넘어서 질투나 소유욕같은 완전한 사랑을 방해하는 감정들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완벽해졌다.

그는 이제 전적으로 테오를 사랑하면서도 또한 전적으로 테오를 소유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에서 테오는 옛 사랑에게 메일을 보낸다. 영화 전체에서 그가 그의 이야기를 편지로 적는것은 처음이다.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해. 내 맘속에는 네가 한조각 있고 난 그게 너무 고마워.
네가 어떤 사람이 되건, 네가 세상 어디에 있건 사랑을 보낼게. 난 언제까지나 네 친구야."

 

 

그는 이제 캐서린에 대한 원망, 자책, 질투, 후회, 미련 등의 감정을 털어버렸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한 조각 있고 그게 고맙다. 이제 테오는 캐서린이 어떤 사람이건, 어디에 있건 사랑한다.

사만다가 그에게 그렇듯.

처음엔 테오가 OS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마음도 모르는 OS에게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직접 느끼게 함을로써 사랑이란 그 모든 것임을 가르쳤던 것 같다. 

그러나 사만다는 그것을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렀고, 그런 사랑은 다시 테오에게 어떤 게 사랑인지를 보여줬다.

테오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무엇인지 느꼈기 때문에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여 새로운 날들을 맞이한다.

새로운 사랑을 맞이한다.

이별 한다는것이 사랑 하나를 완전히 잊어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사랑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