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뭐봤지? 13

[영화 리뷰] NOPE 놉, 2022 "보는 것, 보여주는 것"

"보는 것, 보여주는 것" 조던 필 감독의 영화를 기다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영화가 개봉하고 다음날 달려가서 봤다. 나는 이 영화를 기대한 만큼 재미있게 봤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말(타는 말)을 보여주고 돈을 버는 주인공과 다양한 끼를 가진 그의 동생, 그리고 어린 시절 TV 스타였던 스티븐 연(극 중 이름을 잊음)이 하늘에서 UFO(이제는 UAP라고 부른다는)로 추정되는 어떤 물체를 발견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영화 안에서 주인공인 OJ를 제외하고 모두 보는 것, 보여주는 것에 익숙하다.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OJ의 집안은 대대로 영화산업과 연관성이 있었고 동생은 다양한 방면으로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주인공의 집에 CCTV를 달아준 청년도 CCTV를 통해 다..

영화 뭐봤지? 2022.08.22

[영화 리뷰] Dune 듄, 2021 “먼 미래의 전형적 신화” / Denis villeneuve 드니 빌뇌브

“먼 미래의 가장 전형적 신화” 1. Classic 사전적 의미 1. [형용사] 일류의, 최고 수준의 2. [형용사] 전형적인, 대표적인 3. [명사] (책영화음악 등이) 고전, 명작 4. [명사] 전범, 모범 (네이버 사전 참고) 우리 안에는 가장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신화가 있다. 귀족 가문에 특별한 능력을 지닌 선택받은 messiah, 부모님의 죽음과(여기서는 아버지의 죽음) 악하고 거대한 반대 세력, 그럼에도 메시아를 돕는 선하고 강한 소수. 이 이야기는 마음속 깊은곳에 있어서 건드려질때마다 마음이 움찔움찔한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웬만한 서사에는 집중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깊이 박혔다. Dreams are messages from the deep. (꿈은 심연의 메시지이다.) 2. ..

영화 뭐봤지? 2021.10.27

[영화 리뷰] Dunkrik 덩케르크, 2017 “부러운 민족주의” /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부러운 민족주의"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밀려 영국으로 후퇴하기 위해 덩케르크 해안에서 출항할 배를 기다리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군인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적인 인원이지만 파견된 공군, 그리고 턱없이 모자란 군함을 대신하기 위해 나선 민간선박 이렇게 세 가지의 시간을 다룬다. 1. 전쟁 영화가 시작하고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영화는 이상하게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전쟁이라는 것은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혹은 갑자기 찾아오는 살인마, 그 어떤 죽음 그 어떤 살인마 보다도 더 끔찍하고 무자비한 어떤 것이라는 생각. 어디서 쏟아지는지도 모르는 채로 총을 맞아 죽고, 피할 곳도 없는 해안가에서 죽음의 확률에 무자비하게 노출되고, 저 바다 건너에 나의 고향, 나의 나라, 나의 집..

영화 뭐봤지? 2020.12.28

[영화 리뷰] Meet Joe Black 조블랙의 사랑, 1998 “사랑한다는 외로움” / Martin Brest 마틴 브레스

"사랑한다는 외로움." 사랑한다는 것만큼 외로운 게 있을까. 깊이 사랑할수록 소유할 수 없고 내려놔야 한다는 것. 내 행복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복을 더 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는 것. 수잔이 사랑했던 것은 변호사 청년이 아니라 진짜 조 블랙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조 블랙이 그의 몸이 아니라 어떤 몸으로 왔다고 해도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함께 춤을 추며 대화를 하다가 조 블랙이 자신이 알고 있는 청년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놀랐지만,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을 거라고. 나는 조 블랙이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그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궁금했고 혼자였던 존재에서 인간, 즉 사람들 사이에 한 존재가 되었고 사랑을 하는 ..

영화 뭐봤지? 2020.11.25

[영화 리뷰] The best offer 베스트 오퍼, 2013 / “진품과 모조품, 꽉찬 방과 휑한 방, 사랑과...”

“진품과 모조품, 꽉 찬 방과 휑한 방, 사랑과...” 결혼은 경매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부른 값이 best offer인지 알 수 없다. 진짜 미술품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남자는 가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머리 뒤에 시계가 걸려있는 카페에 혼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겨져 있다. 여자는 가짜 사랑을 했지만 어쩌면 그 안에 사랑과 정말 닮은 어떤 것이 사랑의 미덕이 그 안에 있었을까. 영화를 다 본 지금도 나도 아직도 의심한다. 혹시 그녀가 정말 그를 사랑했던 건 아닐까. 혹시라도 조금은 그녀가 사랑했던 게 아닐까.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확인할 수 없는 난해함보다는 차라리 진실로 믿고 기다리고 있는 노인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화 뭐봤지? 2020.11.23

[영화 리뷰] 사도, 2015 “권력의 꼭대기에 서있는” / 이준익

"권력의 꼭대기에 서 있는" 왕가의 모습은 어땠을까. 특히 대국인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고, 정통으로 왕이 되지 못해 신하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 왕은 어땠을까. 영화는 아들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고 아버지가 비정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적절히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영조가 사도세자의 죽은 얼굴을 만지는 장면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옛이야기를 떠오르게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썼다. 기질은 달랐고 시대는 그를 받아줄 수 없었다. 조금의 모자란 모습이나 판단 착오에도 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또 무너지는 순간 죽음일 수밖에 없는 꼭대기에 서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혹독하게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나의 가문, 또한 나의 손자조차 위험할 상황..

영화 뭐봤지? 2020.11.12

[영화 리뷰]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 2009 “사실이 아니라고 나쁘다고 하지 마세요.”

"사실이 아니라고 나쁘다고 하지 마세요." 결정적인 순간에 진실을 얘기한다. 언젠가부터 솔직한 것만이 미덕인 것같이 느껴진다. 거짓 없다, 솔직하다 이런 단어들도 칭찬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모두가 100% 솔직하다면 어떨까. 주인공이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며 사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줄 때 그 사람이 거짓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여자가 말한다. 언젠가 나도 주름이 자글자글해지고 늙을 거라고. 그때 주인공의 대답이 나는 인상 깊었다. No You Won't. Not to me. 나에게는 아닐 거라고. 어쩌면 거짓과 진실도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다. 솔직한 사람이고 싶지만 진심을 전하는 거짓을 말할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진심을 갖는것이..

영화 뭐봤지? 2020.11.11

[영화 리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You are the apple of my eyes), 2011 “계속 널 좋아하게 해줘”/구파도

"계속 널 좋아하게 해줘." 유치한 로맨스 유치한 영화다. 장면 장면이 정말 유치하다. 학급에서 수업 중에 자위하는 장면이 즐거운 노래와 함께 나오는가 하면 캐릭터 설정도 아주 유치하다. 그런데 마음 안에 깊이 남았다. 저들이 왜 나에게 아름다워 보이는지 생각했다. 오직 저 나이만이 좋아하고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저 나이는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하고 그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런 나이이다. 상대방에 바라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나이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재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그런 나이. 인생 가득히 그녀 혹은 그가 있는 나이. 션자이를 잃고 나니까 내 청춘엔 아무것도 없었다. 션자이는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그 유치함을 사랑한다는 걸 느꼈을 때 아호와 ..

영화 뭐봤지? 2020.11.10

[영화 리뷰] 파수꾼(Bleak night), 2011 “알지도 못하면서” / 윤성현

"알지도 못하면서." 내 말을 누군가가 당연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나는 이 영화가 단지 청소년기의 여린 마음과 자존심, 실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이 살아온 전 삶을 통틀어 살아나가고 있고 때문에 나의 삶을 바탕으로 한 나의 이해와 그걸 바탕으로 뱉는 내 말은 누군가가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준은 세 친구 중 뒤늦게 친해진 친구로 인기도 없고 그렇다고 리더의 기질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기태의 거침을 감당하기 힘들다. 기태는 어머니가 없고 무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것에 대해 자격지심이 있기에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비웃는듯한 희준의 모습을 감당할 수 없다. 동윤은 자기 자신의 말이 세정을 다치게 했다는..

영화 뭐봤지? 2020.11.03

[영화 리뷰] Whiplash 위플래쉬, 2014 "광기에 가까운 열정의 위태로운 업적" / Damien Chazelle 다미엔 차젤레

"광기에 가까운 열정의 위태로운 업적" 열정, 그거 얼마나 많을 수 있을까?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플랫 쳐(J.K. 시몬스)의 열정이 만났을 때 광기가 폭발한 듯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어떤 분야에서 재능이 폭발한다는 것. 알에서 깨어나는 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화하는 새에게 껍질은 세상의 무게만큼이나 딱딱하고 견고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이 세상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 놈이므로 알 안에서 죽게 된다. 아기새는 알 안에서 껍질을 깨고 나가기 위해 정말 죽을힘을 다할 것이다. 앤드류의 마지막 공연은 아기새가 막 껍질을 깨고 나오는 모습처럼 경의로웠다.

영화 뭐봤지? 202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