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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Dunkrik 덩케르크, 2017 “부러운 민족주의” /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아, 이런 2020. 12. 28. 20:24

 

"부러운 민족주의"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밀려 영국으로 후퇴하기 위해 덩케르크 해안에서 출항할 배를 기다리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군인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적인 인원이지만 파견된 공군, 그리고 턱없이 모자란 군함을 대신하기 위해 나선 민간선박 이렇게 세 가지의 시간을 다룬다.

 

1. 전쟁

영화가 시작하고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영화는 이상하게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전쟁이라는 것은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혹은 갑자기 찾아오는 살인마, 그 어떤 죽음 그 어떤 살인마 보다도 더 끔찍하고 무자비한 어떤 것이라는 생각. 어디서 쏟아지는지도 모르는 채로 총을 맞아 죽고, 피할 곳도 없는 해안가에서 죽음의 확률에 무자비하게 노출되고, 저 바다 건너에 나의 고향, 나의 나라, 나의 집이 있지만 배를 탔다고 해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것. 적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전쟁의 모습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져 전쟁이라는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당연하기도 한 생각이 소름처럼 돋았다.

 

2. 민족주의

민족주의라는 단어의 뜻을 나는 완전하게 알지 못하겠다. 그 단어의 역사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하고, 뚜렷하고 선명하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민족으로 독립을 추구하고 그러한 가치를 최고로 여긴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영국의 민족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부러웠다. 해안의 군인들을 모두 퇴각시키고 다시 다른 군인들을 돕기 위해 남겠다는, 군인들을 구하러 온 민간선의 출현에 그것을 "Home"이라고 일컫던 장교의 모습에서, 덩케르크 해안은 지옥이라며 그곳으로 가지 말라는 어느 군인의 만류에도 그를 달래며 더 많은 군인들을 배에 싣기 위해 노력했던 전쟁에서 죽은 아들을 기리는 어떤 선장의 모습에서 나는 부러움과 부끄러움과 반성을 느꼈다. 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른다. 게다가 어느 정도는 그냥 '영국 우리나라 최고!'라는 이미지를 모두에게 몰래 심어 놓는 것 같아 반감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나를 부럽고 부끄럽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 사실마저도 너무나도 부러웠다.

 

3. 이야기의 설정

이야기는 해안에 있다가 배를 타게 되는 군인의 시간과, 하늘에서 퇴각을 방해하는 적국의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공군의 이야기, 해안에 남은 장교의 이야기, 그리고 어느 한 민간선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 시간의 설정이 같지가 않다. 퇴각하는 군인의 시간은 일주일, 공군의 시간은 한 시간, 민간선의 시간은 하루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르다가 어느 시점에 단 한번 서로의 시간이 교차된다. 이때 이상한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오게 된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설정할 수 있었을까! 이 감정은 스토리에서 오는 이들의 교차에 대한, 이 모두의 노력이 하나가 되는 듯 한 느낌과 감독의 이야기 설정 방식에 대한 경외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듯했다.

 

4. 연출

그리크토퍼 놀란 감독은 원래 CG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만들고 짓고 부수고 하여 실제감 있는 영상이 완성되는 모양이다. 듣고 봐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더 대단해 보이고 어떤 인터뷰에서의 감독의 의도처럼 내가 그 전장, 그 해안에 들어가 있던 것 같은 공포와 아픔과 불안과 초조와 슬픔 그리고 후반부의 안도감, 고마움, 조국애 같은 감정을 느꼈다.